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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는 어제, 1월 3일. CCKOREA와 정보법학회, 하자센터가 공동 주최한 “인터넷을 둘러싼 권력 전쟁" 특별포럼이 열렸습니다. 하자센터 신관의 창의허브 원탁 워크룸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평일 낮 2시라는 애매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인파가 모여 성황을 이뤘습니다.


지난 #CC10 Party 때, 전길남 박사님이 WCIT-12 (국제 전기통신 세계 회의) 의 결과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었죠. 새 ITR (국제 전기통신 규칙) 에 서명하지 않은 국가는 대부분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들이고 서명한 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새 ITR의 내용을 조금 살펴보면, 앞선 1988년도의 내용보다 정부가 인터넷을 주도하고 규제할 수 있는 조항들이 늘어나있다고 합니다. 한국은 서명을 했다고 하시면서, 비교적 민주적인 국가로 평가 받는 우리 나라가 이 규칙에 서명했다는 건 상당히 유니크한 경우라고 지적하셨어요.


어제 특별포럼은 이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확장해서 들어볼 만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스피커로는 수잔 크로포드 하버드대 교수, 전길남 게이오대 교수, 박재천 인하대 교수 세 분을 모셨어요. 오바마 행정부의 기술 특보를 지내기도 한 수잔 크로포드는 이번에 본인 연구 겸 휴가를 보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마침 한국내에서도 WCIT-12 결과에 대해 관심이 커져서 이번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어요.




크로포드는 미국이 새로운 ITR에 서명하지 않은 이유로 ‘미국은 국가가 인터넷을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넷 외의 텔레커뮤니케이션은 국가에 어느 정도 통제권을 두는 것에 비하면 대조적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서방 국가들이 이번 새 ITR에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ITR에 서명하지 않은 국가들은 이전 버전 (1988) 을 따르게 됩니다. 미국은 인터넷 거버넌스에 정부 한 측의 입장보다 멀티스테이크홀더 (Multi-stake holders, 여러 이해관계자. 이 경우 주로 기업과 민간, 시민들 등등을 통칭) 의 입장을 공정하게 반영하는 것이 민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박재천 교수는 한국 인터넷 거버넌스 협의회의 운영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습니다. 이번에 한국이 ITU에서 새 ITR에 사인한 배경에 대해서, 박재천 교수는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ITU 회의에 대한 감안 등 외교적인 이유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이번 WCIT-12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에는 통신 전문가는 많아도 인터넷 전문가는 많지 않았고, 특히 민간을 대변할 인원이 모자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전길남 박사는 이번 ITR에 서명하지 않은 국가들은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가 민주적인 국가 (Full democracy) 로 분류하는 나라들이라면서 인포그래픽 하나를 청중에게 소개했습니다.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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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면 해당 인터랙티브 인포그래픽으로 이동합니다


45년 전부터 인터넷을 연구하고 시작해온 학자로서 남다른 시각을 보인 전길남 박사는, 아직도 인터넷은 발전을 거듭하며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발달 초기 단계라고 보는 것이 옳다는 코멘트를 하면서 이번 ITU의 결정이 인터넷의 2막 (Second phase) 를 열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인터넷과 허니문은 끝났어요. 이제 고민과 고생의 시기가 올 거예요. 그렇다고 이혼할 수도 없죠.” 인터넷의 주도권을 갖는다는 것의 힘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게 될 것이고,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고뇌하고 토론하며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라는 코멘트였습니다. 정보법학회 회장 강민구 판사는 작년 정보법학회에서 펴낸 ‘인터넷, 그 길을 묻다’ 라는 책을 인용하며 인터넷 거버넌스는 누구나 갖고 싶어 하지만 그 무게가 어마어마한 ‘절대반지’와도 같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토론 중 이번 WCIT-12에 직접 참석했다고 밝힌 한국 인터넷 거버넌스 협의회의 박윤정 교수는 자칫 사람들이 이번 결정을 국가 대(對) 시민 같은 프레임으로만 이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지금까지의 인터넷을 미국에서 주도해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거로 수잔 크로포드 교수가 이사로 있었던 ICANN이 전 세계의 도메인이 IP 주소와 엉키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큰 파워라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번 결정이 미국 대(對) 다른 국가들의 구도로도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참석자 중 CC활동가 스텔라님은 멀티스테이크홀더중 가장 파워가 강한 것은 다름 아닌 미국에 주근거를 둔 초국적 기업들이라는 사실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CCKOREA의 프로젝트 리드 윤종수님은 이번 자리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ITR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이런 복합적인 이해 관계가 얽힌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토론해나가자” 라는 코멘트로 마무리 했습니다.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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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 "인터넷 미래, 정부와 통신사에 맡길 텐가"
아시아경제 ""인터넷 지배 주체는 정부 아닌 사용자"(종합)"
아시아경제 ""WCIT 인터넷 통제권 논의는 전쟁""
아이뉴스24 "수잔 크로포드 "인터넷 통제 '전쟁' 시작됐다"
미디어오늘 ""정부가 왜 스팸 차단까지 간섭하려 하나""
조선비즈 ""인터넷의 '허니문'은 끝났다...규제로 고난 시작""
디지털데일리 "인터넷 거버넌스, 100년 논의 시작됐다... 전문가들 다양한 시각 '눈길'"
연합뉴스 ""정부의 수직적 규제는 인터넷 소통 가로막아""
ZDNet 코리아 "오바마 특보가 말하는 인터넷 권력전쟁"
머니투데이 ""인터넷 주인은 누구?""
etnews ""아이칸은 미국의 사이버 핵폭탄... ITU '인터넷 결의' 서명은 잘 한 일""

발표 자료
수잔 크로포드 교수 슬라이드
윤종수 판사 슬라이드
전길남 박사 홈페이지 '한국 인터넷의 역사' 
http://internethisto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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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정다예(@dayejung) 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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