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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의 힘, 생활생산자들

:: 다이앤 리포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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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BY-NC-SA (c) Lizette Greco


지난 주말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 T24 소셜 페스티벌 얘기 다들 들으셨지요? 24인용 군용 텐트를 한 사람이 두 시간 안에 칠 수 있다 없다를 두고 벌어진 내기가 오프라인까지 확장 되어 ‘되는데요. .’ 라고 장담한 당사자가 진짜로 텐트 치기에 도전, 성공해버린(!) 행사인데요. ‘흔한 키보드 워리어의 입배짱인줄 알았더니... 진짜로 하더라’, ‘행사가 쓸데 없이 고퀄리티다’, ‘스르륵(해당 커뮤니티의 별칭) 잉여력 대폭발’ 등등 다양한 감상과 반응들이 등장했습니다. SNS에서 뿐만 아니라 행사날 저녁 공중파 뉴스에까지 등장해서 전국민에게 알려졌지요.

이번 행사에서 ‘잉여’는 빠질 수 없는 키워드처럼 느껴지는데요. 어떤 이는 SNS에서 시작된 것도 아닌데 소셜 페스티벌이란 이름이 적절하지 않다, 굳이 영어로 이름을 붙여야 하나 하는 얘기를 하면서 우리말로는 ‘잉여흥잔치’ 라고 부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더라구요. 행사의 성격과 동기를 생각하면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이들은 스스로를 잉여라고 칭할까요?


먼저, '잉여'의 정의와 유행어가 된 맥락을 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개 '잉여'는 ‘남는 리소스나 가치’라는 뜻인데요. 요즘 인터넷에서는 주로 자조적이거나 비하적인 뉘앙스로 쓰이고 있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한 장면 중 "너 대학 못가면 뭔 줄 알아? 잉여인간이야, 잉여인간! 잉여인간알아? 인간 떨거지 되는 거야, 이 새끼야!" 라는 대사의 플짤이 유행하면서 루저의 다른 말처럼 쓰이기 시작한 것에, 잉여임을 자처하는 인구가 늘면서 약간 유머러스한 자조의 의미가 더해졌어요. 인터넷에 노가다 고퀄리티 UCC가 잉여라는 이름으로 올라오면서 잉여는 시간이 많다, 잉여는 남는 시간에 돈 안 되는 일을 열과 성을 다해 한다는 의미도 추가 되었구요.

재미 있는 것은 이런 무용해보이는 활동에서 의외의 창의성과 근성이 발휘 되어 획기적인 프로젝트가 나오기도 한다는 건데요. 이런 걸 보면 상상력은 심각한 환경이나 효율성 위주의 루틴 보다는 관심과 재미, 본인의 필요 또는 결핍, 시간적 여유 등의 상태에서 더 탄생하기가 쉬운 것 같아요. T24 역시 군필자 남자들의 치킨게임 같은 소소한 이유에서 시작해서 이걸 재미있다고 느낀 사람들에 의해 판이 커졌고 결국은 많은 사람들이 한바탕 즐기고 끝난 축제 자리가 된 거죠. 잉여의 패러다임은 이렇게, 주류도 아니고 쓸모도 없어보이지만 그 나름대로 즐거운 활동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 듯 해요.

오늘은 스스로를 잉여들이라고 부르시는 생활창작자 분들을 간단하게 소개해볼까 해요. CC 커뮤니티에서 자주 뵐 수 있는 분들이고, 여러 가지 행사 등을 통해서 이 게시판에서도 몇 번 소개된 적 있는 분들이예요. 대안 공간을 통해 여러 가지 창작, 공작, 교육 활동을 즐거이 하고 계신 세 곳들을 소개합니다. (본인들은 서로 ‘잉여 얼라이언스’ 라고 부르시더라구요 ㅎㅎㅎ)



어쩌면 사무소 (신당3동 349-216번지 1층)
https://www.facebook.com/groups/prob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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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시민단체에서 일을 하셨던 신비님과 코기토님이, 최근에 그간 꾸준히 해오신 ‘어쩌면 프로젝트’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을 오픈하셨어요. 이름은 ‘어쩌면 사무소’이고, 카페로 활용될 때는 ‘Cafe 어.’ (카페 어쩜 이라고 읽는 듯 합니다) 라고 부릅니다. 지역 사회 재생, 도시 생태, 사회 정의 등 그 동안 관심과 애정을 갖고 계시던 분야가 물성을 입고 모이는 공간이자, 사람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실외 공간에 벽면녹화와 텃밭을 더 계획하고 계시다고 하지만, 벌써 카페 앞에는 여러 가지 푸성귀가 심겨있고, 사람들이 모여와 도란도란 손바느질을 하고, 엄마 잃은 고양이가 구조 되어 한 식구가 되는 등 (고양이 너무 귀여워요! 기절 ㅇ<-<) 로컬의 생명 공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_^

갈 때마다 너무 바빠보이셔서 차마 잉여라고 부르기가 민망한^^; 두 분의 공간에서, 이번 주 일요일부터 [어쩌면+천연] 이라는 이름의 워크숍 시리즈가 열린다고 해요. 천연 재료로 비누와 화장품 등 만들어보기, 나의 몸상태에 맞는 운동은 무엇인지 처방 받기 등으로 꾸려져있다고 하니까 관심 있는 분들은 이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참고로 누적 참가 할 때마다 참가비를 깎아주는 재미있는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첫 참석은 만오천원, 두 번째는 만원, 세 번째는 오천원...


스투디오 노닥노닥 (서교동 380-27번지)
https://www.facebook.com/groups/233781056738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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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CC살롱에서도 만났던 CC의 오랜 활동가, 어슬렁님과 키튼님의 공간 ‘스투디오 노닥노닥’을 소개합니다. 그룹 설명에는 공간의 목적으로 ‘하나의 목적 아래 역할이나 부분으로서 모이는 것 말고, 각자 스스로의 컨텐츠를 가지고 슬렁슬렁 모여서 놀멘놀멘 만지작거리고 노닥노닥 수다 떨면서 아이디어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히셨어요. 키튼님의 사무실이자 창작활동을 하는 어슬렁님의 작업실이기도 한 이 곳은 “소비보다는 생산, 소유보다는 공유” 라는 마인드를 기반으로 새로 사기 보다는 다른 분들이 나누신 물건이나 DIY로 만든 것들로 차있어요. 화이트보드가 필요하시다더니, 엊그제는 폼보드에 흰 시트지를 붙여서 화이트보드를 아예 만들어버리셨더라구요! 페이스북 그룹을 보시면 어떤 물건을 “수배”하고 계신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휴지심 아트를 계획 중이셔서 남는 휴지심을 모으고 계시더라구요. XD

CC살롱에서 들었던 내용처럼, 분명 시장에는 잘 만들어지고 편리한 제품들이 많이 나와있지만, 직접 필요한 것을 만들어 쓸 때에만 느낄 수 있는 보람과 기쁨이 있어요. 그 창작자가 되기 위한 작은 첫 걸음에 자신이 없다면, ‘노닥노닥’에 가서 어슬렁님과 키튼님의 기운을 좀 받아보시는 건 어떤가요? :D 자기 콘텐츠가 있지만 공간이 없어서 펼치기가 어려우셨던 분들도 한 번 연락해보시면 좋을 듯 해요.


opentutorials.org
http://opentutorial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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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생김새가 익숙하지 않으세요? 3월의 CC살롱 열린교육편에서 만났던 이고잉(@egoing)님의 ‘생활코딩’을 만날 수 있는 사이트, opentutorials.org 입니다. ‘생활코딩’을 주욱 해오시면서, 코딩도 생산이고 자기 표현의 방법이라는 것을 발견하셨다는 이고잉님. 3월의 살롱에서 ‘생활코딩’‘효도코딩’ 외에도 ‘생활표현’ 이란 것을 기획하고 계시다고 하셨는데요. 이젠 홈페이지에 아예 카테고리와 서브 메뉴가 생겼고, 그 중 사운드는 꽤 많은 강의가 차있는 상태예요. 사운드 이외에도 이미지, 출판, 프레젠테이션 등 여러 가지 표현 방법을 opentutorials.org 라는 플랫폼을 통해 오픈 된 영상 강의로 보실 수 있을 예정입니다. 직업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배우는 것보다, 나와 내 생활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배우는 이런 방법들은 훨씬 고통스럽지 않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온라인 강의 뿐만 아니라 오프 행사도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어요. 이번 주 금요일 7시에는 무거운 큐베이스보다 덜 부담스럽고 귀여운 웹기반툴 ‘오디오툴’로 미디 음악을 만들어보는 ‘생활미디’ 시간을 이홍우님의 진행으로 배워보았구요. 9월 22일에는 이고잉님이 강의하시는 ‘생활코딩’ ‘웹서비스 만들기’ 강의가 위에서 소개한 ‘어쩌면 사무소’에서 있습니다. 참고로 벌써 정원이 다 찼지만 대기자가 참가자의 두 배가 넘더라구요. 이 날 강의하실 콘텐츠는 온라인에서도 모두 보실 수 있어요. (오프라인에서 듣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이토록 많은 이유는 이고잉님이 훈남이셔서 그런 건 아닌가 하는 음모론을 제기해봅니다...!)


좋은 제품은 기업에서 만들테니 많이, 더 많이 소비만 하라는 요즘의 풍토. 물론 첨단 기술의 집약과 거대 자본은 유래 없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이것 아니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대기업 독점 세상을 상상하면 조금 무섭지요. 내 손으로 창작하고 생산하는 사람들은 다른 말로 하면,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빠르게 돌아가는 무한 경쟁 사회 안에서 보면 생활창작자들을 탈락했거나 경쟁에 진입하지 못하는 ‘잉여’로 착각할 수 있겠지만, 변두리 땅에서 그들은 그들 나름의 새로운 중심을 만들고 있어요. 소비자일 수 밖에 없는 메커니즘 안에서 생산자로서의 밸런스를 지혜롭게 지키려는 ‘잉여’들은 어찌 보면 소비중심사회의 게릴라들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사실 요즘 날리는 대기업들도 기원으로 따져들어가보면 ‘개러지에서 재미로 발명했다’ 라거나 ‘내가 필요해서 만들었더니 히트를 쳤더라’ 라는 얘기가 많이 들리죠. 모든 사람들 안에는 ‘창조성’이란 빛나는 보석이 하나씩은 있는 모양입니다. :)



이 내용은 정다예(@dayejung) 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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