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News
 
소식 :: 소식

“우리가 도둑이라구? 그냥 공유할 뿐이예요”
:: 다이앤 리포트 ::


7532706978_177b2759f8_z.jpg

CC BY-NC-SA © dizzyscastle


※ 오늘의 다이앤 리포트는 CCKOREA 사무국 직원보다는 CCKOREA 에서 근무를 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다이앤 개인의 생각입니다.


저번 주말 동안 CCKOREA에 들어온 문의 중에 어느 학생의 질문이 있었어요. 질문이라기보다는 성토에 가까웠달까요 ㅎㅎ 간략하게 억울함의 원인을 설명해보자면, 두 시간이나 걸려서 원하는 음악 파일을 재생 플레이어로 만들어서 본인의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는데, 이 포스트가 금방 제재 돼서 게시가 금지 됐다는 거예요. 시키는대로 이상한 마크(아마도 CCL ㅎㅎ)도 달았는데 왜 못올리게 하는 거냐며, 주인에게 허락도 받았다며 캡쳐본을 제시한 문의자 학생은 피씨방에서 돈 주고 두 시간이나 앉아있었는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 너무 서운한 모양이었습니다.

제발 초등학교 4학년이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달라는 말에 CC 커뮤니티에선 보기 드문 어린 학생이라 일단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서도, 어찌나 복장이 터졌으면 여기까지 와서 울분을 토해야 했을까 하고 공감이 됐어요. 동시에 현재의 시스템이 대학교 4학년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저작권의 잣대를 초등학교 4학년에게까지 동일하게 적용해서 나쁜 아이를 만드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도 했습니다.

저작권자에게 허락 받지 않고 인터넷에 파일을 올렸다가 게시물이 강제로 삭제 당하는 경험은 이제 굉장히 흔한 일이 돼버렸어요. 제재 받았을 당장은 기분이 나쁘지만 이젠 그렇게 놀라지도 않게 됐습니다. 모두에게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유튜브에 매초 한 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오고, 하루에 조회되는 동영상이 40억개에 육박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우리 거의 모두는 그 동영상의 시청자인 동시에, 내 계정에 영상을 올리는 업로더입니다. 그것이 평범한 인터넷 유저의 모습이지요. 일대다의 일방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기존 매스미디어와 달리, 인터넷은 개개인을 그물처럼 연결하는 망의 구조를 하고 있고, 우리는 그 채널을 통해 남들과 같이 보고 싶은 영상과 같이 듣고 싶은 음악을 퍼나릅니다. 일대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일의 배포자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지만, 다대다에서는 누구나 서로간에 배포자와 수신자가 될 수 있어요. 더불어 파일이란 것은 기존의 재화처럼 희소한 것이 아니라 복제를 하면 무한으로 같은 퀄리티의 파일이 늘어나기 때문에, 인터넷 유저들 서로간의 나눔에 한계가 있거나 속도가 잦아들지 않고 오히려 가속화됩니다. 공유는 인터넷 사용 활동의 기본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망이란 것이, 생기길 그렇게 생겼으니까요.


6539378885_9407794c8a_z.jpg


한 사람의 트위터 계정에 하루 동안 연결 된 사람들의 시각화.
CC BY © Marc_Smith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삭제 조치 등의 제재는 굉장히 흔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 자유가 구속 당하는 데에도 점점 무감해집니다. 여전히 불쾌하지만, 내가 법을 어긴 거라니 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업로드와 공유 기술이 있는 한, 있는 기술을 안 쓰고 불편하게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몰래 숨어서, 단지 들키지 않고 공유하려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요. 워낙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불법이라 일일이 단속하기엔 어려움이 있기 마련입니다. 벌어지고 있는 일을 조금 살펴보면, 몇몇 적발자를 잡아 본보기로 큰 벌을 내려 공포 효과를 조성하기를 피할 수 없게 됩니다. 범법률을 낮추는 효과는 있겠지만, 달리 말하면 그만큼 이용자의 자기 검열이 심각해지고 자유가 심하게 위축된다고 볼 수도 있어요. 결론적으로는, 구조가 비합리한 까닭에 대부분의 인터넷 유저들이 흔하게 범법자가 된다는 사실이예요. 불법에 무감각해진다면 법의 권위에 문제가 생기고, 이 평범한, 그러나 엄밀한 의미의 "범법자"들은 이 무감함을 무기로 다른 법까지 상습적으로 지키지 않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어요. 너무 멀리 간 걸까요? 문의한 4학년 학생 같은 경우는 매일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어요. 경찰서 가서 조서를 썼거나 저작권 교육을 받고 풀려났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원래가 공유의 장(場)으로 설계된 인터넷. 그것을 불법이라 말하는 법. 현실과 법 사이의 밸런스가 깨져있다고 느껴집니다.



18084835975010278_VdAUGprM_c.jpg

어른들의 이해선에서도 납득이 어려운 현 저작권법의 강력한 규제를,

아이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며 공포감을 심어주는 것이 과연 좋은 교육일까요?

CC BY-SA © Opensourceway



몇 달 전에 읽었던 글 중에 잘 알려진 프로그래머이자 에세이스트인 폴 그래햄의 수필 “재산을 정의하다”가 있었습니다. 내용에 많이 공감해서 번역을 붙여 주변 사람들과 나눠읽었었는데요, 그 글 내용 중에 이런 표현이 있었어요. ‘데이터는 이제, 냄새처럼 움직인다.’ 무슨 뜻인고 하니, 옛날 이야기 중에 냄새를 반찬 삼아 밥을 먹던 가난한 학생을 식료품가게 주인이 ‘냄새를 훔쳤다’며 고발한 내용이 현재 음악 파일이나 영화 파일 등이 자연스레 공유되고 퍼져나가는 것을 권리자들이 막고 있는 것과 비슷하지 않냐는 저자의 물음이었습니다. 기술의 진보가 우리의 환경과 할 수 있는 능력을 확장시켰고, 따라서 재산의 정의도 그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논조의 글입니다. 아래의 링크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Defining Property” by Paul Graham
“재산을 정의하다” (번역 다이앤)


주중에 내내 지난 주말의 학생 문의자가 마음에 남아서, 실은 이번 주 리포트 주제로 ‘초등학교 4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저작권 이야기’를 써볼까 하고 생각했어요. 본격적인 쓰기에 앞서 제 스스로 몇 가지 원칙을 정했어요. 1. 쉬운 말로 쓰여야 한다. 그림이면 더더욱 좋겠다.  2. 분량이 길지 않아야 한다. 3. 적절한 예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쓰면 쓸 수록 저 세 가지를 한 번에 만족시키는 글을 쓰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어요. 1번을 위해 법률용어를 번번히 풀어서 쓰다보니 분량이 길어졌고, 이해를 돕기 위해 3번을 고집하다보니 글은 더더욱 길어졌습니다. 물론 제 역량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저작권과 인터넷 이용이란 얘기가 A4 종이 한 장에 간단하게 끝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란 뜻도 되겠지요. 그런데 재미 있는 건, 제가 이러이러한 주제를 정했다고 주변에 조금씩 소문을 냈을 때 의외로 많은 분들이 본인들도 그런 글을 읽고 싶다, 필요로했다는 의견을 밝혀주신 거예요. 심지어 평소에 제가 하는 CC운동 일이나 공정이용 등에 썩 관심 있어하지 않았던 분들도 포함해서요. ‘4학년이 이해할 수 있으면 나도 이해할 수 있겠지’ 라는 말씀과 함께요. 법이란 게 말이 어렵고 복잡해서 제1순위로 찾아 공부하긴 꺼려지지만, 실생활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니 모르고 살자니 손해도 크고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해요.

지금 CCKOREA에서는 저작권, 인터넷 이용, CC와 CCL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 번역을 계획 중에 있어요. 잘 알려진 열린교육자료(OER) 플랫폼 P2PU“Get CC Savvy” 가 바로 그것인데요. 하이퍼링크 가이드를 따라 차근차근 읽고 문제를 풀다보면 자연스럽게 저작권과 CC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어서 작업이 끝나서 여러분께 공개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 EFF(전자 프런티어 재단) 의 저작권 교육 프로그램인 TeachingCopyright.org 도 꼼꼼한 리뷰 중에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예시를 곁들여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저작권 이야기’ 글을 문의자 같은 학생과 제 동생, 친구들을 위해 써볼 계획이예요. 다이앤 리포트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기대해주세요. ^_^



로렌스 레식 교수는 여러 강연을 통해 ‘아이들이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면서 문화를 향유한다면 장려할 일이다. 그러나 현재 법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일을 “해적 행위”로 규정한다.’ 라고 밝혔습니다. 현재의 저작권법 체계는 미국의 보수주의를 따라 전적으로 비즈니스와 재산 보호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가르치기는 해적질=범법행위=부도덕하다 라고 인격적인 차원에서 가르치고 있어요. 그들이 정말, 나쁜 아이들이어서 파일을 공유할까요? 그들은 정말 도둑들일까요? 기술의 등장과 함께 진작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야 했던, 결과적으로는 그 책임을 방기한 어른 세대의 책임을 과연 그들에게 지워도 되는 것일까요?

어린 아이들도 납득할 수 있는 저작권과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구현해내는 데에 걸림돌이 없는 문화. 비록 갈 길이 멀지만, CCKOREA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저는 ‘늘 창작과 나눔으로 즐거운 세상을 꿈꿉니다.’ 같은 꿈을 꾸는 분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고 희망해봅니다. :)



 



이 내용은 정다예(@dayejung) 가 작성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CC Global Summit 2015가 마무리되었습니다. cc 2015.10.21 27242
17 2012년 코드 포 아메리카 연례보고서 다이제스트 ::다이앤 리포트:: vol.29 file cc 2013.04.12 24449
16 공유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다이앤 리포트:: vol.28 file cc 2013.03.29 20586
15 음악, 저작권, 그리고 오픈 ::다이앤 리포트:: vol.27 file cc 2013.03.15 25805
» “우리가 도둑이라구? 그냥 공유할 뿐이예요” ::다이앤 리포트:: vol.25 [1] file cc 2012.10.12 21465
13 The Beauty of Remix - 조셉 고든레빗의 hitRECORD ::다이앤 리포트:: vol.24 file cc 2012.10.05 28969
12 저작권 보호 기간이 끝나지 않아...! ::다이앤 리포트:: vol.23 file cc 2012.09.28 26171
11 더 많은 오픈이 절실한 분야, 의료 ::다이앤 리포트:: vol.22 file cc 2012.09.20 29969
10 20회 기념! 다이앤 리포트를 돌아봅니다 ::다이앤 리포트:: vol.20 file cc 2012.09.07 16358
9 EFF 제21회 선구자 상 수상자를 만나봅시다 ::다이앤 리포트:: vol.19 file cc 2012.08.31 23429
8 자유로운 인터넷을 만들자! 주목할 만한 비영리 단체 모음 ::다이앤 리포트:: vol.18 file cc 2012.08.24 24675
7 킥스타터 CC 프로젝트, 공유를 약속하는 아이디어를 만나보세요 ::다이앤 리포트:: vol.17 (+오디오 버전) file cc 2012.08.17 39561
6 노트 좀 빌려줄래...? 열린교육도 협업과 DIY 스타일 ::다이앤 리포트:: vol.16 (+오디오 버전) file cc 2012.08.10 46439
5 좋은 것만 골라드립니다! 정보의 재발견, 큐레이션 ::다이앤 리포트:: vol.15 (+오디오 버전) file cc 2012.08.03 22954
4 낮은 곳의 목소리를 지도에 모으라 <우샤히디> ::다이앤 리포트:: vol.14 (+오디오 버전) file cc 2012.07.27 22097
3 공공정보, 야무지게 써봅시다 <코드 포 아메리카> ::다이앤 리포트:: vol.13 (+오디오 버전) file cc 2012.07.13 42864
2 오픈 하드웨어로 상상력에 날개를 ::다이앤 리포트:: vol.12 file cc 2012.07.06 36480
1 2012 서울디지털포럼 CCL 세션의 스타 낯선과 YEIZON, 그 뒷 이야기 ::다이앤 리포트:: vol.8 file cc 2012.05.29 70822
 
사단법인소개 | 저작권 정책 l 사이트맵연락처

This website is supported by Olleh ucloud biz.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CKOREA에 의해 작성된 CCKOREA 웹사이트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