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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오픈이 절실한 분야, 의료

:: 다이앤 리포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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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BY-NC (c) verticalpharmacy


엊그제는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지 몸이 좀 안 좋았어요. 집에 혼자 있는데 아프니까 기분이 별로더라구요. 아프지 말고 참지도 말라는 모 진통제를 먹고 나아지긴 했지만요:P 누가 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른들 말씀에 아프면 동네방네 소문 내라고 하시던 게 떠올랐어요.

아프면 소문 내라, 주변에 알려라 하는 건 어떤 뜻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아프다는 것을 알면 좋은 약이나 의사 정보를 얻어듣기 쉬울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일텐데요. 일종의 집단지성 효과를 기대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막상 의료나 제약 분야에서는 우리가 아픈 것을 소문 내는 것처럼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있다고 해요.(의료법 중 환자의 자료를 배포할 수 없게 하는 ‘비밀누설 금지’는 사생활 보호를 위한 것 말고요) 제약 방법의 대부분이 거대 제약 회사들의 특허로 등록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특허약은 특허권을 갖고 있는 회사에서밖엔 생산을 할 수가 없어요. 지적재산권을 지키고 싶은 권리소유자의 입장을 이해하려 해도, 모두의 건강권보다 우선이 될 수는 없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들어요.



When Patent Threatens Wellness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이라는 말이 있다고 해요. 특허권을 소유한 회사가 특허 만료기간 즈음 해서 특허를 연장하기 위해 내용을 조금만 바꿔 새로 특허 신청을 하는 ‘꼼수’를 일컫는 단어인데요. 제약의 경우, 인기 있는 약의 포뮬러나 제형 등을 아주 조금만 변형해서 새로운 특허를 신청하고, 이로서 인기 약 특허를 영구화 하려는 것을 말합니다.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처럼 특허도 변치 않고 유지를 하겠다는 거죠.

최근 태국에서는 에이즈혼합약 ‘트루바다’의 특허를 가진 ‘길리어드’사가 에버그리닝을 시도하면서 태국 에이즈 감염인 네트워크 (TNP+) 등의 단체들의 태국 지적재산부에 이의신청을 하는 일이 있었다고 해요. 태국 보건 의료 체계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허락된 2034개의 특허 중에 96%에 달하는 1960개가 에버그리닝 특허에 해당 됐다고 하니, 특허가 새로운 혁신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요.

좀 더 예전 사례를 보면, 브라질이 에이즈치료제 ‘칼레트라’를 감염 국민에게 무상 공급 하는 정책을 실시하면서 특허권을 가진 회사 ‘애보트’와 가격 때문에 계속해서 갈등이 일어나자 아예 연방법원 차원에서 ‘칼레트라’의 특허를 취소하는 일이 있기도 했어요. 연방정부에서는 국민의 건강권이 특허권에 밀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러나 2010년 역시 해당 약에 대한 지재권이 문제 되지 않는 인도에서 해당 약을 생산해서 유럽을 통해 브라질에 수출하던 중, EU가 이 복제약을 지재권을 침해한 위조품으로 간주해 압류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인도와 브라질은 이 건에 대해 EU를 WTO에 제소한 상황이라고 하네요.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의학 정보의 오픈 운동에 참여하는 물결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Open Medical Info Cases


얼마 전 CCKOREA 사례 게시판에도 소개 되었던 GSK(GlaxoSmithKline)사의 경우, 자사가 보유한 말라리아 제약 컴파운드 데이터셋을 전부 공개했습니다. 링크 비공개 상태였다면 이 정보를 위해 또 투자 돼야 했을 다른 회사들의 수많은 리소스를 절약해주었고요, 복제약과 더불어 신약 개발의 자산이 되어주었습니다. 참고로 이 데이터는 CC0 퍼블릭 도메인 증여 라이선스로 공개 되어서, 아무런 제약이나 조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해요. GSK는 앞으로도 말라리아와 싸우기 위해 지속적인 개발과 정보 공개, 지원 등을 약속하고 있어요.




TEDx보스턴에서 제이 브래드너가 발표한 ‘오픈소스 암 리서치’는 브래드너가 소속된 하버드의 BRD4 단백질로 비롯 되는 암을 연구 중 JQ1이라는 효과적인 컴파운드를 발견하고 기본형 약으로까지 발전시켰습니다. 보통 제약 회사들이라면 이 약을 사람에게 투여할 수 있는 활동적인 제약 물질로 바꾸기 전까지 비밀에 부치겠지만, 브래드너의 연구팀은 이 기본형을 일찌기 공개하고 컴파운드를 설명하는 논문을 발표해버렸습니다. -_-)b 현재 이 정보를 토대로 유럽에서 30개 이상, 미국에서 40개 이상 회사가 연구 중에 있고, 조만간 텐샤 테라퓨틱이란 회사를 통해 다발성 골수종 치료를 위한 구강약이 임상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 연구로 촉발된 약으로는 네 번째로 나오는 약이라고 하네요. 브래드너의 연구팀의 결정은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파격적으로 단축시켜 혁신적인 약이 우리에게 훨씬 빨리 성큼 다가올 수 있게 만들었고, 70개 이상 회사들이 이 소스로 협업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것은 the CURE이라는, 현재 진행형 프로젝트입니다. 보통 의료계의 정보 오픈은 학술이나 제약 회사 레벨에서 이루어지는데요, the CURE는 경우가 조금 특수해요.
이태리에 거주하는 살바토레 야코네지Art is Open Source 라는 데이터 시각화 아트 팀을 이끄는 오픈소스 데이터 아티스트입니다. 수많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는 명망 있는 그는 2012 TED 펠로우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지난 9월 10일, “나는 뇌종양이 있습니다”로 말문을 여는 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받아온 그는 이 데이터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크랙했고, 현재 그의 웹페이지 the CURE 에서 공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크랙을 했다길래 DRM이 걸려있나 했는데, 테드 펠로우 동향 블로그 의 댓글을 읽어보니 데이터 형식이 의료인 사이에서는 스탠다드한 포맷인 모양입니다. 다만 일반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아서, 이를 보다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포맷 변환을 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야코네지가 제시하는 CURE에는 몸의 치료 뿐만 아니라 영혼과 소통의 회복, 사회성의 치유 등의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이 데이터를 가지고 의료적 조언 뿐만 아니라 이를 리믹스한 비디오, 아트웍, 시, 지도, 글, 무엇도 좋으니 창작물을 만들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창작물을 info@artisopensource.net 에 투고해주면 이들을 모아 웹페이지에 전시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야코네지가 본인의 CT와 MRI 자료 등을 일반에 공개한지 열흘 정도가 흐른 지금,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야코네지에게 위로를 건내고 있습니다. 야코네지는 이 피드백들로 거대한 아트웍의 타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페이지를 확인하시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어요.


개인의, 어쩌면 비극이,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수많은 이들의 협업 소스가 되고 있는 이 광경은 아이러니 하다못해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진료 데이터라는 일면 차가운 소스 뒤에는 결국 사람이 있었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우쳐준 것, 그 사실이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로 하여금 영상 속 덤덤한 모습의 야코네지에게 애써 편지와 그림을 건내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부디 집단지성의 기적이 야코네지의 병을 치료하는 데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보가 존재함에도 활용하지 못해서 건강권을 계속 해서 위협 받아야 하는 사회가, 정말 우리가 바라던 미래상일까요? 어제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문 중 인용 됐던 윌리엄 깁슨의 얘기처럼, 미래는 이미 이곳에 와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았을 뿐이죠. 정보 공개는, 미래를 공평하게 분배하는 첫걸음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내용은 정다예(@dayejung) 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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