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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엄격한 CCL을 선호할까

2007.07.02 13:42

cc 조회 수:5319

 

CC 라이선스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끕니다.

지난 6월15~17일 사흘간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닉에서 전세계 CC 및 관련 라이선스조직 활동가들이 모여 '아이서밋 2007' 을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싱가포르경영대학(Singapore Management University)의 지오고스 첼리오티스(Giorgos Cheliotis)가 'CC 모니터 프로젝트에 따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통계'란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2007년초 자료를 기준으로 전세계 주요 CC 조직들의 CC 라이선스 도입수와 종류를 분석한 보고서입니다. 저는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뒤늦게 자료를 받아 읽어봤는데요. 그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각 나라별 CC 라이선스 도입 현황과 한국의 사례를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겠습니다.

첼리오티스의 조사는 다음과 같이 진행됐습니다. 그는 우선 야후와 구글 두 검색엔진을 이용해 CC 라이선스가 적용된 각 나라의 컨텐트를 수집했습니다. 그 결과 야후와 구글에서 각각 3710만, 120만여개의 CC 라이선스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그런 다음 이 자료들을 지역별, CC 라이선스 종류별로 나눠 통계를 작성했습니다. 그 결과 첼리오티스는 몇 가지 공통된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 CC 라이선스 컨텐트의 70%는 비영리(NC) 조건을 적용하고 있다.

* 전체 컨텐트의 절반 이상은 동일조건 변경허용(SA)을 적용하고 있다.

* 변경금지(ND) 제한을 둔 컨텐트는 전체의 4분의 1(25%) 정도다.

* 일반적으로 CC 라이선스를 적용한 자료들은 매우 자유로운 조건을 적용하거나 매우 엄격한 조건을 적용하는 두 그룹으로 나뉜다. 중립적인 CC 라이선스 조건은 상대적으로 적용도가 낮다.

*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금지(BY-NC-ND) 조건은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반면, 저작자 표시-변경금지(BY-ND) 조건을 적용한 자료는 드물다.

정작 눈여겨볼 대목은 그 다음인데요. 지역별 CC 라이선스 적용수와 라이선스 자유도를 조사한 대목입니다. 먼저 그래프를 볼까요.

 


 


 

위 그래프는 야후와 구글 검색으로 찾아낸 각 지역별 CC 라이선스 컨텐트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야후 검색결과 한국이 스페인, 프랑스, 독일에 이어 4번째로 CC 라이선스 도입수가 많은 나라라는 점입니다. 그 숫자가 대략 80만건에 육박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구글 검색에서는 순위가 16위로 한참 미끄러져 있습니다. 이상한 일이군요. 왜 구글과 야후에서 이렇게 순위가 차이나는 걸까요. 그래프에서 보듯, 한국 외에 다른 나라들의 순위는 구글과 야후 모두 큰 차이가 없습니다. 발표자조차 한국 CC 라이선스 컨텐트가 구글의 CC 라이선스 자료검색에서 유독 걸리지 않는 까닭을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CC 라이선스를 도입한 한국 포털들이 구글 검색로봇을 막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나왔을 뿐, 정확한 원인은 발견할 수 없었다는 후문입니다.

다음은 CC 라이선스의 자유도를 평가하는 대목입니다. 자유도란 저작권자가 CC 라이선스 컨텐트 이용자에게 얼마만큼 자유로운 사용을 허락하느냐의 정도입니다. 자유도는 다시 창조성 자유도(Creative Freedom)와 상업성 자유도(Commercial Freedom)로 나뉩니다.

이용자가 조합 가능한 6가지 CC 라이선스 조건 가운데 가장 자유도 높은 조건은 저작자 표시(BY)만 내건 경우입니다. 반대로 가장 엄격한 제한을 둔 조건은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금지(BY-NC-ND)의 CC 라이선스 조건입니다. 전체 자유도를 6으로 봤을 때 BY는 창조성과 상업성 자유도 모두 6점인 반면, BY-NC-ND는 각각 1점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이용자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뜻이죠.

이 자유도 평가에서 한국은 꽤나 실망스런 점수를 얻었습니다. CC 라이선스 조직을 갖춘 35개 나라 가운데 한국은 창조성 자유도에서 1.6점으로 33위, 상업성 자유도에서도 1.7점으로 33위에 그쳤습니다. CC 라이선스 도입수에서 꽤 높은 순위를 기록한 점을 감안한다면 실망스러운 성적입니다. 이 보고서대로라면, 한국 이용자들은 CC 라이선스를 많이 도입하되, 조건을 꽤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왜 그럴까요? 크리에티브 커먼즈 코리아 프로젝트 리더인 윤종수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는 이렇게 추측합니다. "국내 이용자들은 CC 라이선스를 선호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비영리-변경금지'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자기 저작물을 다른 사람이 변경하는 걸 생리적으로 싫어하는데다, 굳이 돈을 벌 생각이 없더라도 누군가 자기 컨텐트를 가져다 이용하는 건 꺼림직하다는 뜻이죠."

이런 식입니다. 한동안 관리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버려둔 사이트가 있습니다. 이렇게 버려지는 컨텐트는 사회적 손실입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이처럼 버려진 사이트 컨텐트들을 모아 CC 라이선스를 적용한 디지털 자료(아카이브)를 구축하려 합니다. 그런데 이런 취지를 웹사이트 운영자에게 설명하면 십중팔구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어, 그러면 안 되죠. 엄연히 내 저작물인데!"

저작권자의 권리를 빼앗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본인이 상업적 용도로 활용할 저작물에까지 무리하게 자유로운 CC 라이선스 규약을 강요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상업용으로 쓸 의도가 아니라면 기분좋게 사회적 자산으로 기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렇게 모인 컨텐트로 저소득층이나 디지털 소외층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CC 라이선스가 추구하는 나눔과 공유의 정신과도 일치합니다. 지금이라도 쓰지 않고 버려둔 자료가 있다면, 이를 모아 공공 인터넷 서비스 건설에 보태면 어떨까요.



by asadal | 2007.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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